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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 레씽뮤지컬이라는 동호회가 있다. 이름 그대로 뮤지컬 동호회이다. 여타 동호회들과 차별화되는 것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공연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본이 되는 기초발성반도 운영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 동호회와 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다. 여친님께서 공연팀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 이 동호회 안에서 나의 실질적 활동성은 레씽 공연팀의 공연이 있을 때에 주로 나타나게 된다.

나는 언젠가부터 이 동호회, 특히 공연팀의 공연마다 비공식적으로 사진 촬영을 맡고 있다. 2006년 가을에 어느 교회의 초청으로 '갓스펠' 공연을 할 때부터이다. 그때는 아직 여친님과 사귀기 전이다. 싸이월드에 있는 펜탁스 옵티오 월드라는 사진 동호회 안에서 지금의 여친을 만났고, 그 공연에 사진 동호회의 회원으로서 그녀의 초대를 받은 것이다. 사실, 뮤지컬 공연 촬영 기회라는 것이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프로 공연 촬영은 거의 힘들 뿐더러,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아마추어 팀의 공연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갓스펠 공연 이후에도 늦가을에 갈라콘서트까지 가서 촬영을 했다. 여친님과 본격적으로 사귀게 된 것은 그 이후 시간이 좀 더 흘렀을 때이다. ^^

공연팀이 이번에는 '지킬 앤 하이드'라는 작품에 도전을 했다. 아마추어로서는 소화해 내기 힘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게다가 조승우를 뮤지컬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작품이 아니던가? 아마추어팀인데다가, 배우도 한정되어 있다. 특히 여배우는 많지만 남자 배우가 부족한 현실이 내 눈에도 확연히 띄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지킬(하이드)과 루시는 2명씩, 엠마는 3명(※ 여친님 포함!), 어터슨도 2명, 댄버스도 2명... 이렇게 돌아가며 공연을 했다. 공연은 5월 9일(금)부터 11일(일)까지였고, 토요일은 2회 공연이라서 총 4회에 걸쳐서 공연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공연에 참석해서 관람을 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공연은 생각보다 잘 진행되었다. 가끔 마이크가 꺼지거나(첫날 공연때 엠마와 루시가 듀엣으로 부르는 In His Eyes에서는 초반에 엠마의 마이크가 한동안 꺼져 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날의 엠마는 나의 여친님이었다... ㅠ.ㅠ), 대사를 까먹는다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물론 수준은 프로보다는 뒤처질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수준이 낮다고 치부할 수 있는 정도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열정은 프로, 그 이상이었다. 관객들 역시 그들의 지인들이고, 높은 수준의 공연보다는 열정을 쏟고 최선을 다하여 공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왔을 것이다.

쓰다보니 공연 후기로 넘어갈 뻔 했다. 공연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고,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선, 조명은 꽤 양호한 편이었다. 작년에 갈라콘서트를 했을 때에는 공연장의 조명이 약했던데다가 뒷배경을 빔프로젝트로 쏘는 바람에 배우들의 얼굴에 총천연색 조명과 빔프로젝트 그림이 새겨진 사진들만 줄창 나왔던 아픈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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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ist DL + zykkor 80-200mm :: 2008.05.10, 저녁 공연 中]

그에 비하면 이번에는 핀조명의 조도가 괜찮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조명은 어두운 편이었다. 따라서 주요 배역 촬영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지만, 군무 촬영이나 어두운 배경에서의 대화 씬은 촬영하기 힘들었다. 어터슨이 지킬을 데리고 클럽에 들어가는 씬이라던가(그래서 귀니의 사진이 없다;; 귀니 맡으신 분들 예쁘시던데;;), 지킬이 하이드 모드로 변할 때의 녹색 조명이라던가...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이 촬영의 애로사항이었다. 또한 작품 자체가 매우 동적이라는 점 역시... 물론 일부 정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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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ist DL + zykkor 80-200mm :: 2008.05.10, 저녁공연 中, 엠마-양정은/루시-신소라]

공연 촬영을 하다보면, 확실히 사진은 '빛'이 중요하다. 엠마와 루시가 함꼐 노래하는 <In His Eyes>는 빛 때문에 촬영이 매우 곤란했던 가장 좋은(?) 예. 결론부터 말하자면 핀조명이 하나 뿐이라서 그랬다. 핀조명은 엠마를 비추고, 루시에게도 조명은 비추지만 그 밝기의 차이는 상당하다. 일단 엠마는 흰색 의상을 입고 있기 때문에 노출값이 잘 나오지만, 루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 차이는 매우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은 더 큰 차이가 난다. 결국은 엠마는 적정노출로 잡았지만, 루시는 어둡게 촬영될 수 밖에 없었다. 노이즈를 감수하고 후보정으로 좀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노출차 극복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엠마는 노출이 살짝 오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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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ist DL + zykkor 80-200mm :: 2008.05.09 첫공연 中, 루시 - 이송년]

이번 촬영에서 새삼 느낀 것인데, 공연팀의 직접 부탁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전보다 공연 사진이 나아졌다는 말도 들었다. 일단, 나도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나의 감정이 묻어나게 되는 것 같다. 여친님이 엠마로 나올 때에는 완전히 집중하며 촬영했고, 루시(배역을 맡은 2명 모두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가 노래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며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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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ist DL + zykkor 80-200mm :: 2008.05.09 첫공연 中, 지킬 - 정희석]

주인공인 지킬(하이드)은... 개인적으로 위의 사진에 나온 분의 그림이 더 잘 나왔다.(다른 한분은 이번 공연의 연출을 겸하신 분이다) 아무래도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으며 노래와 연기를 하는 것이다 보니 비주얼이라는 것은 무시못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비주얼만 따질 배역은 아니다. 또한 그들은 프로도 아니고, 배우 선택의 폭도 좁다. 게다가 일상생활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비주얼은 약간 미루어둘 수 밖에 없다. 일단 대사 및 곡 소화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좋아야 하고, 특별하게 노력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배역들도 노력을 많이 해야겠지만 역시 지킬(하이드)은 주인공이고, 다른 작품에 비해서 주인공에 보다 많이 집중되어 있는 작품이니까. 공연을 보면서도 그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 촬영을 하다보면 의외의 보너스도 가끔 생긴다. 이번 공연 촬영을 하면서도 의외의 결과물이 나왔다. 빛, 노출, 구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타이밍이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머리 속을 번뜩하고 스쳐가는 느낌이 왔고, 머리속에 그려진 대로 바로 구도를 잡아서 노출을 잡아서 촬영했다. 구도와 노출 방식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임팩트가 있는(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ㅋㅋ) 결과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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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ist DL + zykkor 80-200mm :: 2008.05.09, 첫공연 中 지킬 - 정희석]


공연 촬영을 하면서 느는 것은 후보정 기술이다. 촬영은 촬영대로 힘들지만, 보정 작업은 특히 더 어렵다. 스트로브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촬영해야 하고, 무대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망원 촬영은 필수이며, 배우들의 움직임이 역동적이기 때문에 ISO 800 이상의 고감도로 촬영할 수 밖에 없다. 이번 공연은 모두 ISO 1600으로 촬영했다. 따라서 노이즈가 많이 발생했고, 망원 사용으로 인한 색수차도 많다. 그리고 셔터 속도를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출을 약간 부족하게 촬영해야 했다. 핀이 나가는 것은 부지기수.

이런 환경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보니 후보정을 잘해야 한다. 누구 하나 가르쳐 줄 사람도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느는 것은 포토샵 후보정이다. 포토샵 후보정 작업은 암실의 디지털화라고 보면 된다. 현상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빛의 '강도'만 기록되어 있는 날(raw)파일을 상이 맺히도록 현상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게 된다. 사진기의 브랜드를 떠나서, 어떤 사진기로 촬영하든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는 것. 물론 나는 아직 스타일이 완전하게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함께 사진생활을 하는 동호회원들은 나의 사진 색깔이 매우 강하다고들 한다. 어떤 면에서 강한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


뮤지컬 사진 촬영은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된다. 일종의 스튜디오 모델 촬영 같기도 하고, 역동적인 면에서는 스포츠 사진 같기도 하며, 일상의 추억을 담아내는 스냅 촬영 같은 요소도 나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가 이런 촬영 경험을 갖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뮤지컬 동호회 공연팀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내가 촬영한 사진을 보며 항상 즐거워해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의 사진 생활 속에서도 매우 큰 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앞으로도 질긴(!!) 인연으로 win-win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본 게시물에 사용된 사진들은 작성자가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 배우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불펌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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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쥬 2008.05.15 00:00 신고

    좋은 사진들 언제나 고마워요 ^^
    4회 내내 공연 관람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우리 팀 사람들도 다들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
    그리고 사랑해요♡

  • 하늘곰™ 2009.06.02 16:53 신고

    이런 공연 저도 무척 담아 보고 싶군요
    지방이라 기회가 정말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