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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에쿠니 가오리 지음 / 번역 : 김난주
* 출판사 : 소담출판사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나는 일본 문학을 꽤나 좋아한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더욱. 그녀의 문체는 번역가 김난주씨와의 스타일과 잘 어우러져 독자에게 다가온다. 특유의 건조한 문체. 그 속에는 강하지 않은 시니컬함도 섞여 있다. 또한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물론 여주인공들이다)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그런 공주들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삶이 아닌, 엄청난 변화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보통의 여자들이다.

단편집의 형식을 빌려온 이 소설은 6명의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자 후기를 먼저 읽지 않고 읽으면, 중간에 '어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렇다. 그녀들은 모두 같은 학교의 친구들이며, 매 편마다 그 주인공이 바뀌는 형식의 단편집의 모음인 것이다. 주체는 주인공 일인칭 시점이기도 하고, 주인공과 다른 이의 시점이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보기도 한다. 짧은 단편집이지만, 시점 전환으로 인해 지루함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다.

6명의 여고생들은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달라진다. 단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저 그런 일상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사에 찌들어 있는 어른들에게는 그저 그런 일상 같지만, 성장기에 놓여져 있는 그녀들에게는 새로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들. 물론 마지막편에 등장하는 다카시의 경우는 앞의 다른 친구들과는 달라 보일 수 있으나, 그녀 역시 아직 어리기에 가질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곁다리로 눈여겨 볼 점은 주변 환경 묘사이다. 표현 방법에 있어 과하지 않게, 하지만 자세한 주변 환경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머리 속으로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배경은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생소하지는 않은 모습들.

내가 17살 때에는 어땠을까?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은 정말 못 그렸으며, 책 읽는 것은 좋아했지만 독후감을 쓰는 것은 무지 싫어했던 나. 여느 남자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성적 호기심이 많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은 냉소적이지 않았던 그 때. 나도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