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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진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글을 읽다보면 '현상', '인화'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사진을 좀 찍었다는 사람들 조차도 이 용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이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현상과 인화를 비슷하거나 혹은 같은 말로 알고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물론 의미는 많이 다르겠지만,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
이미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많이 되어 있고 그보다 한단계 위인 DSLR의 보급율도 높아지고 있는 요즘, 단순히 웹에 올리는 용도가 아니라 실제로 디지털 사진을 뽑아서 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어떤 한 사용자가 어느 날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저 오늘 첫 현상했어요!!"라는 제목이었다. 당연히 필름을 현상했겠다 싶어서 읽어보니... 디지털 사진을 '인화'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누구 한사람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필름 카메라 사용자들 조차도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겨우 이런 변방 블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두 용어에 대하여 간단히 적어 보려고 한다.
우선 '현상'에 대하여 알아보자. 현상이란, 촬영한 필름에 약품 처리를 하여 약품과 필름면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서 상을 맺히게 하는 작업이다. 즉,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은 이 현상 작업이 없으면 사진이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즘 필름 수동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인구가 부쩍 많아졌다. 부모님 혹은 친척집 장롱에 꼭꼭 숨겨져 있던 카메라를 발굴하고, 그것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 일종의 빈티지 스타일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단순히 카메라로 쓰는 것 이외에도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사용되기도 하니까.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10~20대 사용자가 많이 늘었다. 디지털 사진에는 '현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그러니 더욱 용어가 혼동될 수 밖에 없으리라. 어쨌든 이렇게 수요가 늘다 보니, 예전에는 시내 유명 현상소나 충무로에서나 가능하던 필름 스캔을 동네 현상소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흔히 '필카로 찍은거 스캔 맡겼다'는 이야기는 '현상 + 필름 스캔'을 의미한다.)
다음은 '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화는 필름과 디지털 모두 적용되는 용어이다. 쉽게 말해서 사진을 '뽑는' 것인데, 인화라는 용어의 본래의 의미는 '필름을 확대기에 빛을 쪼여서 인화지에 상이 찍히게 하는 것'이다. 인화지에 씌워진 감광 물질을 제 색깔에 맞게 '태우는' 것이 바로 인화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인화 기법은 일부 필름 수동 인화가 가능한 전문 현상소 이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인화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비용과 시간이 디지털 인화에 비해 많이 들게 되고, 온라인 인화 사이트에서 한장에 몇십원 밖에 하지 않는 가격이 나올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일반 현상소에서의 인화는 일단 필름을 스캔한 파일을 가지고 디지털 인화를 한다. 결국, 디지털 사진과 동일하게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디지털 인화는 '인쇄'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진에 대하여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꽤 시간을 들여 공부해온 사람들 조차도 혼동하는, 그러나 알고 보면 간단한 용어이다. 사진은 찍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진을 찍고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작업 용어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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