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컴플렉스 - I Am A Beautiful Man (2006)

누가 그들을 신인 밴드라고 했는가?

‘저희는 피터팬컴플렉스입니다!’ 라는 외침과 함께 불붙던 그들의 공연. 4~5년전만 해도 그랬다. 공연 무대에 올랐을 때… 마치 풋풋한 소년들처럼 재기발랄한 모습. 그들이 바로 피터팬컴플렉스였다. 그때만 해도 꽤나 유쾌한(?) 음악들을 많이 연주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조금씩 어둡거나 감미로운 음악들도 들려주곤 했다. 그러한 흔적들은 0.5집 ‘일인칭주인공시점’과 1집 ‘Radiostar’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들의 변신(?)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03년 1.5집 EP ‘2-0.5′부터였다. 밝지 않았다. 이전에 보여 주었던 재기발랄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밝고 경쾌한 곡이었던 ‘Don’t Let Me Down’ 조차도 슬로우 버전으로 탈바꿈시켜 버렸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가사 자체는 원래 우울한 곡인 것은 사실이다.) 음악은 다소 어두워졌는지 모르겠으나, 감성은 보다 풍부해지고 사운드는 더욱 다양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는 ‘회색, 하늘, 도시’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물론 그 덕분에 Radiohead의 사운드를 따라했다는 식의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말이다. 당시 피터팬컴플렉스의 입장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우리를 두고 Muse와 Radiohead를 닮았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는 없어진 셈이 아닌가?’라는 긍정적 반응.

2집 ‘Transistor’에서는 그들의 감성이 폭발하기에 이른다. 0.5집과 1집이 유아기와 소년기를 거치는 것이었다면 1.5집과 2집은 사춘기를 지나 청년기로 막 진입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2집에서 아쉬운 부분을 많이 보여주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감성을 표출해내기 위해 노력을 들인 흔적이 많이 보였다. 사운드는 좀 더 뭉뚝해지고 날카로움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곡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완성에의 부족’이었다. 0.5집 발매 이전에는 ‘자위행위’라는 제목이었는데, 방송 부적합을 이유로 제목을 아예 바꾸었던 곡. 원래는 에너지가 마구 폭발하는 그런 곡이었다. 마왕 신해철씨도 그 곡에 홀딱 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2집에서의 ‘완성에의 부족’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감성을 표출하고 있었다. 이 버전의 연주를 처음 들었던 것은 1.5집 발매 이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보컬 전지한씨의 멘트는 간단했다. ‘장마 버전’이라고. 그 연주를 들었을 때는 마침 한여름 장마 시즌이었다. 절묘하게도 분위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2집 발표 이후. 그들은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다. 소속사와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음악적인 행보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점점 진화해가는 그들은 상당히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고, 팬들의 반응은 이전처럼 뜨겁지 않았다.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신나게 방방 뛰던 시절의 피터팬컴플렉스를 좋아하던 팬들은 하나둘 떠나간 것이다.

2006년 10월. 그들은 더욱 감성적인 밴드가 되어 돌아왔다. 좀 더 대중적인 영역으로 넓혀 나갈 수 있는 음악을 들고.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소년도 아니고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아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 어려서는 하지 못했던 것들,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할 수 있다. 사랑도 거침없이 부르짖는다. 그리고 조금씩 현실과의 타협점도 찾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욱 이성적이다. 하지만 풍부한 감성은 주체하지 못하고 여전히 표출되고 있다. 이제 네버랜드의 환상은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어른이 되기 싫어 반항했던 피터팬도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어른이 되어 버렸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