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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ovie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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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 ★★★☆
* 일시 : 2007.10.14, 18:40
* 상영 : 피카디리 2관


악성 베토벤. 그리고 베토벤을 연주한 안나 홀츠라는 한 여인과의 이야기이다. 청력을 잃어가며 괴팍해져가는 베토벤 앞에 나타난 천재적인 여성 작곡가. 아직도 여성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시대였고, 그러한 시선은 영화를 보는 내내 드러났다. 설마하니 여자가 카피어일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여러 남자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녀 고모.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여성 감독이라는 장점을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극히 페미니즘에 찌들어 있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내가 예전에 그녀의 작품 중에서 본 것은 <토탈 이클립스>가 전부이다. 하지만 그 영화도 남성들이 주인공이면서도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느꼈던 작품이지만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

이 영화에서 그의 음악 중 가장 크게 3곡을 부각시키고 있다. 영화 오프닝에서 긴장감을 주며 안나의 천재성을 부각시켜 주었던 B장조 대푸가 현악 4중주, 두사람의 만남의 계기가 되었던 9번 교향곡 <합창>과, 그리고 베토벤이 병상에 누워 안나에게 대신 악보에 쓰게 했던 최후의 명곡 C단조이다. 영화의 중심부에 있는 것은 분명 <합창>이다. 이 곡이 명곡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실연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잘 알 것이다. 지휘자, 연주자, 합창자의 입장 모두에서 말이다. 그것도 귀머거리가 된 비운의 천재 작곡가가 만든 곡이라는 것. 음악 애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무척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도리어 B장조 대푸가 현악 4중주에 더욱 귀가 기울여진다. 베토벤을 카피했던 여인 안나 홀츠의 천재성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대목이기 때문.

다만 영화의 흐름에 대해서는 아쉽기도 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맨 처음에 결과를 보여준 후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법은 다분히 상투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주지 않고 그냥 안나 홀츠가 카피어로서 지원을 하기 위해 큰 도시로 올라오는 장면부터 등장했다면 어떨까? 그건 상상하기도 싫을 것 같다. 영화 초반에 강한(?!!) 긴장감을 주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쪽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이 영화는 Fact+Fiction=Faction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베토벤이 안나에세 씻겨 달라고 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말한 베토벤도 베토벤이지만 머뭇거리다가 바로 그를 씻겨주는 안나의 모습도 다소 생뚱맞다. 감독이 이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면인가? 아니면 단순히 씻겨주는 것인가? 물론 그냥 씻겨주는 선에서 끝나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12세 관람가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 만큼은 독립 단편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였다.

이렇게 이해하지 못할 소지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귀는 즐거웠다. 내가 찬양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음악가가 베토벤과 헨델이기 때문. 영화 내내 간간히 흐르는 여러 음악들(특히 <합창>의 각 소절)은 놀랍게도 영화의 흐름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합창대석에 서서 지휘자의 지휘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달까? ^^ (이 글을 쓰면서 이 영화에서 나온 어느 한 합창단원의 표정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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